사과의 생일 / 최 휘 사과의 생일 -최 휘 아, 찬란해 나는 이 세상 최초의 열매 나로 인해 빨강이 생겨났지 온 힘으로 매달려 중력을 거부해 보았어 거부하느라 얼마나 빨개졌는지 몰라 빨강 전구들이 일제히 불을 켠 양지 언덕 빨강 사과 하나 빨강 사과 둘 빨강 사과 셋 넷 - - - 엄마는 동생을 낳고 햇빛은 사과를 낳고 사과는 빨강을 낳고 저길 봐 세상 모든 사과들이 태어나고 있어 끝없는 빨강들이 태어나고 있어 오늘은 사과의 생일,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을래 동시 2023.11.22
말문 / 이재순 말문 ㅡ이재순 문을 열고 닫으라는 건데 화난 아빠 앞에서 꼭꼭 닫히고 마는 말문 아빠가 말 좀 하라고 재촉하면 할수록 더욱 꼭꼭 닫히는 말문 동시 2022.03.19
새가 되고 싶은 양파 / 조정인 새가 되고 싶은 양파 ㅡ 조정인 바구니에 거꾸로 박힌 양파가 가물가물 잠들었다 이따금 거친 숨을 내쉰다 이마가 뜨겁다 퍼렇게 곪은 살을 비집고 노랑 부리 내밀었다 양파는 어서 날개를 꺼내고 싶다 이제 곧 아기 새 한 마리 젖은 날개 말리러 나오겠다 동시 2021.05.07
2012년 조선일보 동시 당선작 철이네 우편함 / 김영두 철이네 우편함은 강 이 편에 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 이 편 강가 숲 속 소나무에 우편한을 달아 놓았답니다. 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너와 편지를 찾아가는 철이 아빠. 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 동시 2012.01.05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 동시 2011.05.16
2011 신춘 한국일보 당선작 사과의 길 / 김철순 엄마가 사과를 깎아요 동그란 동그란 길이 생겨요 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가요 동그란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연분홍 사과꽃이 피었어요 아주 예쁜 꽃이에요 조금 더 길을 가다보니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혔어요 아주 작은 아기 사과에요 해님이 내려와서 아기를 안아 주었어요 가는 .. 동시 2011.03.01
201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살구꽃 향기 / 유금옥 민지는 신체장애 3급입니다 순희는 지체장애 2급입니다 우리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민지가 바지에 똥을 싸면 순희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똥 덩어리를 치우고 닦아 줍니다 다른 친구들은 코를 막고 교실에서 킥킥 웃고 있을 때 순희가 민지를 업고 가늘고 긴 ㅡ 복.. 동시 2011.01.01
쌩쌩 나르는 집 쌩쌩 나르는 집/ 주선화 타이어 두 개를 집에 매달았다 오늘밤부터 집은 달린다 쌩쌩 쌩쌩 늘 똑같은 생활의 반복 타이어 두 개가 하늘을, 세상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준다 동시 2010.04.11
고양이가 나 대신 / 이상교 '뚱뚱한 애' 아이들이 나를 그 렇게 부른다. '뚱' 자만 들어도 내 귀는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뚱뚱한 애' 대신 "임선화!" 불러주면 좋겠다. 고추장을 넣어 호되게 매운 닭발볶음. 오종종 오종종 서른 개도 넘을 닭발. 뼈를 다 추려 내 걷지 못하는 닭발. 고추장이 너무 매워 걷지 못하는 닭발. 봉숭아, 백.. 동시 2010.03.17
햇님이 햇님이 / 주선화 다섯살 혜림이가 길가에서 햇살에 반짝거리는 돌을 들고 친구에게 자랑을 한다 햇님이야!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햇님이야! 한다 혜림이는 반짝거리는 돌이 내친구 햇님이야! 두고두고 자랑을 한다 동시 201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