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의 도둑 /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
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
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
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
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비
추며 고요히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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