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뺨의 도둑 / 장석남

주선화 2010. 12. 15. 12:07

뺨의 도둑 /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

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

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

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

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비

추며 고요히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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