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고독사가 고독에게 / 박소미(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당선작)

주선화 2021. 1. 5. 10:06

고독사가 고독에게

 

ㅡ 박소미

 

 

나는 지금 자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태동을 알아채는 침묵 이전의 기억 밑으로 밑으로, 웅크리고 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재생에 몰두한다 어느 애도가 부재를 지나 탯줄로 돌아올 때까지, 타자의 몸

속을 오가는 이 반복은 고고학에 가깝다 생환의 뒷면은 그저 칠흑 덩어리일까 벽과 벽 사이 미세한 빗

살로 존재할 것 같은 한숨이 어둠 안쪽 냉기를 만진다 사금파리 녹여 옹기 만들 듯 이 슬픔을 별자리로

완성케 하는 일, 아슴푸레 떨어지는 눈물도 통로가 될까 북녁으로 넘어가는 해거름이 창문 안으로 울컥,

쏟아져 내린다 살갗에 도착한 바람은 몇 만 년 전 말라버린 강의 퇴적, 불을 켜지 않아도 여기는 발굴되

지 않는 유적이다 잊기 위해 다시, 죽은 자의 생애를 읊조려본다 그래 다시, 귀를 웅크리지 태아처럼, 점

점 화석이 되어가는 기분이야 떠나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방 안이 점점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