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정선으로 간 여자 / 이윤승

주선화 2022. 7. 28. 10:26

정선으로 간 여자

 

-이윤승

 

 

절집에서 할머니가 된 정선아리랑 같은

나보다 스무 살이 많은 그녀가

고향 정선으로 돌아갔다

 

가끔은 분홍색 달이 떴으면 좋겠다고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던

열일곱 소녀 같은 그녀가

 

풀고 있는 추억의 끈을 따라가면

희미해진 낮달 같은 지난날이 엊그제 일처럼 새로워져

분홍색 빛나는 저녁이 된다

 

있지, 나는 그 남쪽 섬이 제일 좋았어

달빛 속에 갇힌 구계등 밤바다

파도 소리 아득히 들려온다

우리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수평선 너머 아득한 곳에서

지나간 것들이 손을 흔든다, 안녕

 

가끔씩 정선으로 전화를 한다

그녀에게 감염된 분홍의 바리러스로

나는 또 몇 날을 멧새처럼 포롱포롱 날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