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는 사람
-이미화
맨 처음 나는 나를 몰랐을 거예요
내가 나를 처음 알게 된 때는 아마도 울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울음이 바깥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안쪽을 흔든다는 것을 알았을 거예요
반대로 웃음은 타인으로부터 배웠을 것이고요
울음을 울 때는 내가 내 앞에 있는 것 같고
웃을 때는 타인이 내 옆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이런, 내 울음은 버릇이 없군요
웃음은 늘 가리는 방법이 있었지만
돌아서서 웃을 수 있지만
울음은 돌아서서 울어도 감춰지지가 않아요
나는 다른 사람보다도
나를 몰라요
계속 타인의 질문을 돌고 있으니까요
그네를 밀어 줘요
먼 거리만큼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갈 때도 올 때도 뒷모습이지만
그네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고요한 정점이 될 테니까요
나는 나에게 외면받은 적이 있어요
그럴 땐,
자두를 먹고
살구의 맛을 이야기해요
그날은 비행기가 나비가 물고기가
점점 작아지며
나를 모르는 척했어요
말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걸까요
아무리 말을 되삼켜도 나는 점점 뚱뚱해지지 않고
겉모습이 말라 가는 사람이 됩니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여전히 믿어요
*이미화 시집 <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
ㅡ 파란시선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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