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녹의 미학 / 김상미

주선화 2025. 10. 10. 16:41

녹의 미학
 
- 김상미
 
 
녹은 쓸쓸함의 색깔
염분 섞인 바람처럼 모든 것을 갉아먹는다
 
세상을 또박또박 걷던 내 발자국 소리가
어느 날 삐거덕 기우뚱해진 것도 녹 때문이다
 
내 몸과 마음에 슨 쓸쓸함이
자꾸만 커지는 그 쓸쓸함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건물에 스며드는 비처럼
아무리 굳센 내면으로도 감출 수 없는 나이처럼
녹은 쓸쓸함의 색깔
흐르는 시간의 사랑 제때 받지 못해
창백하게 굳어버린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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