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몸성히 잘 있거라 /권석창

주선화 2008. 1. 21. 13:26

몸 성히 잘 있거라


권 석 창



 자주 가던 소주 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개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살던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김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히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히 잘 있거라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의 연애실패담 / 김륭  (0) 2008.02.15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 최승자  (0) 2008.02.02
신용목 시 모음  (0) 2008.01.17
장욱관 시 모음  (0) 2008.01.17
치정 / 원구식  (0) 200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