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생각나지 않은 새 / 조정권
호수에 앉아
무속력의 수면에
취한다
잔잔히 펴져오는
소 얼굴에 취한다
저물 무렵에 올라오는
하얀꽃에 취한다
소리가 생각나지 않는
하얀꽃에 취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물속 뿌리를 쥐고
잠들 물빛에 취한다
찾아야 할 마음도 있지도 않거니와
따라야 될 마음도 없다
가만히 뿌리를 쥔 손 놓고
잠들 물빛에 취한다
* 호수는 느림의 미학,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소의 얼굴과 같다
'짧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궁이 (0) | 2008.02.20 |
---|---|
신생아 2 / 김기택 (0) | 2008.02.12 |
가을이 앉았다 / 정숙희 (0) | 2008.02.02 |
어느 삶 / 이시영 (0) | 2008.02.01 |
우는 손 / 유홍준 (0) | 2008.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