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소리가 생각나지 않는 꽃 / 조정권

주선화 2008. 2. 3. 16:34

소리가 생각나지 않은 새 / 조정권

 

 

호수에 앉아

무속력의 수면에

취한다

잔잔히 펴져오는

소 얼굴에 취한다

 

 

저물 무렵에 올라오는

하얀꽃에 취한다

소리가 생각나지 않는

하얀꽃에 취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물속 뿌리를 쥐고

잠들 물빛에 취한다

 

찾아야 할 마음도 있지도 않거니와

따라야 될 마음도 없다

가만히 뿌리를 쥔 손 놓고

잠들 물빛에 취한다

 

 

* 호수는 느림의 미학,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소의 얼굴과 같다

 

 

 

 

 

 

 

'짧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궁이  (0) 2008.02.20
신생아 2 / 김기택  (0) 2008.02.12
가을이 앉았다 / 정숙희  (0) 2008.02.02
어느 삶 / 이시영  (0) 2008.02.01
우는 손 / 유홍준  (0) 200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