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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 신대철

주선화 2008. 2. 22. 18:02

박꽃 /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 1977년 >

 

 

* 꽃의 개화를 본 적이 있으신지, 그 잎잎의 열어 젖힘을 본 적이 있으신지,

불교에서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일은 씨앗이 움트는 일이라고 했다지만

꽃의 " 열림 앉음새 "라 불러도 좋을 꽃의 개화는 사람을 압도한다

대게 꽃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핀다

 

이 시에서 사람을 "벌떼 같은 사람" 이라고 비유한 부분이 압권이다

정신없이 분주하고 시끌시끌 작당하여 몰려다니며 입으로 바늘 같은 독설을

내뱉는 세간의 사람들을 잉잉거리는 벌떼 무리에 비유했다

 

인간의 시간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소란이 뚝 그쳤을 때 자연의 시간은

도래한다 .그리고 오, 하얀 박꽃은 피어난다

물소리는 물소리로 들린다. 자연은 자연그대로 들린다.

자연의 시간에는 殺氣살기가 없다.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세계를 맑게 회복시킨다 시 (무인도) "인간을 만나고 온 바다 / 물거품 버릴 데를 찾아 무인도로 가고 있다"라고 했을 때ㅇ의 무인도처럼 하산한 당신도 죄짓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자연의 시간에 살고 싶지 않으신지,

 

이 시는 山산의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은 신대철시니의 첫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 "에 실려 있다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