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추천 100

겨울 ㅡ 나무로부터 봄 ㅡ 나무에로 / 황지우

주선화 2008. 2. 25. 09:28

겨울 ㅡ 나무로부터  봄 ㅡ 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영하 十三度십삼도

零下영하 二十度이십도 地上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는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起立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하에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가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철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1985년>

 

 

* 황지우 시인의 시 '손을 씻는다' 를 함께 읽는다

"하루를 나갔다 오면 / 하루를 저질렸다는 생각이 든다 / 내심으로

내키지 않는 그 자와도 / 흔쾌하게 악수를 했다 / 이 손으로 /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스스럼없이 만졌다"라고 쓴 시, 한 점 오점없이 살 수는 없다. 저질러 가면서 우리는 산다. 좌충우돌하면서 난동을 부리면서,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시대가 진화해가는 것을 우리는 내부적으로 가진 자기 반성과 좀 더 나아지려는

희망의 추구 같은 것 때문이다

 

이 시는 솔직하다. 나무는 꼭 나무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헐벗고 무방비고 때로는 벌받고, 긴가민가하는 사람으로 잃어도 좋다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데 ' 중얼중얼할 줄을 아는 사람이다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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