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비 오는 날 / 임석재

주선화 2008. 5. 28. 14:47

비오는 날 / 임석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1980>

 

 

 

*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비... 소년을 집에 가뒀네

 

비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짐켈리 나오는 영화, 사랑에 빠진 남자는 빗속에서 노래하고 춤을 춘다.

비가 오면 봄의 초식 식물들은 키가 쑥쑥 자라고, 버섯은 자라나 포자를 퍼뜨리고

달팽이들은 사랑을 나눈다

 

 

비라고 해서 다 같은 비는 아니다

생긴 모양이 다르고, 내릴 때 소리가 다르다

비는 강약에 따라 조록조록 내리고 쪼록쪼록도 내린다

또 주룩주룩도 내리고 쭈룩쭈룩도 내린다

시인은 몇 개의 간단한 부사어로 비 내리는 광경을 차별화하는 마술같은 솜씨를 보여준다

 

임석재(1903~1998)는 문단보다 학계와 민속학 쪽에서 더 이름이 난 분이다

비가 불러온 이 뜻밖의 휴지기(休止期), 발랄한 몸짓을 멈추게 한 정일의 한때가 해 나는 날이 있으면

비 오는 날도 있고, 세상 일이 제 뜻대로만 될 수 없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소년을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데 보약 같은 보탬이 되었으리라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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