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벽 / 마경덕
흙 한줌 덥석, 발등에 떨어진다
뭉텅 살점이 나간 벽, 갈빗대가 드러났다
흙 속에 묻힌 가지런한 갈대들
군데군데 바람을 메운 투박한 손자국에
수심이 가득하다
누군가 흙손으로 벽의 주름을 펴고
흙 한 덩이 떼어 척, 구멍을 메울 때
불도장처럼 마음이 찍혔으리
초가에 살던 두꺼비손을 가진 사내
갈대 한 짐 마당에 부려놓고, 벽의 뼈대를
촘촘히 엮었으리. 황토를 져 나르고
실팍한 장딴지로 흙을 치대면
욕심 없는 맨발에 흙은 반죽처럼 순해져서
벽이 되었을 것
벽 속으로 들어간 사내
집의 중심이 되었을 것
중심을 잃은 벽, 입술을 달싹이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방울에 대하여 /나희덕 (0) | 2008.07.23 |
---|---|
자귀나무 꽃살문 /신미나 (0) | 2008.07.22 |
살부림 / 김륭 (0) | 2008.07.18 |
데킬라 /문혜진 (0) | 2008.07.01 |
미꾸라지 다라이 /신용묵 (0) | 2008.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