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흙 - 벽 / 마경덕

주선화 2008. 7. 21. 11:31

 흙. 벽 / 마경덕


 흙 한줌 덥석, 발등에 떨어진다
 뭉텅 살점이 나간 벽, 갈빗대가 드러났다
 흙 속에 묻힌 가지런한 갈대들
 군데군데 바람을 메운 투박한 손자국에
 수심이 가득하다
 누군가 흙손으로 벽의 주름을 펴고
 흙 한 덩이 떼어 척, 구멍을 메울 때
 불도장처럼 마음이 찍혔으리
 초가에 살던 두꺼비손을 가진 사내
 갈대 한 짐 마당에 부려놓고, 벽의 뼈대를
 촘촘히 엮었으리. 황토를 져 나르고
 실팍한 장딴지로 흙을 치대면
 욕심 없는 맨발에 흙은 반죽처럼 순해져서
 벽이 되었을 것
 벽 속으로 들어간 사내
 집의 중심이 되었을 것

 

 중심을 잃은 벽, 입술을 달싹이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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