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배한봉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똑, 똑, 그 소리는 새벽까지 내 잠을 두드렸고
나는 어서 잠들기만을 원했습니다
물방울소리를 더 견디지 못한 잠은 바늘처럼 뽀족해졌고
나는 비닐로 수도의 입을 묶어버렸지요
그러나 혼몽한 가운데서도 내가 물을 따라간 것인지
물이 내 의식속으로 스며든 것인지
나중에는 사방이 물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흐르겠다는 물을 막는다고 해서 멈추겠어요?
잘못은 내게도 있었던 것입니다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는 물의 괴로움을 탓했던 것이
내 괴로움의 원인이었지요
노래하겠다는 새의 부리를 봉해버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