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주선화 2009. 7. 27. 17:38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꽃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은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白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곷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 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은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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