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국제신문 신춘문예 2010

주선화 2010. 1. 4. 11:59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 박진규

 

 

달이 저 많은 사스레피나무 가는 가지마다

 

 마른 솔잎들을 촘촘히 걸어놓았다 달빛인 양

 

 지난 밤 바람에 우수수 쏟아진 그리움들

 

 산책자들은 젖은 내면을 한 장씩 달빛에 태우며

 

 만조처럼 차오른 심연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러면 이곳이 너무 단조가락이어서 탈이라는 듯

 

 동해남부선 기차가 한바탕 지나간다

 

 누가 알았으랴, 그 때마다 묵정밭의 무들이

 

 허연 목을 내밀고 실뿌리로 흙을 움켜쥐었다는 것을

 

 해국(海菊)은 왜 가파른 해변 언덕에만 다닥다닥 피었는지

 

 아찔한 각도에서 빚어지는 어떤 황홀을 막 지나온 듯

 

 연보라색 꽃잎들은 성한 것이 없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청사포 절벽을 떨며 기어갈 때

 

 아슬아슬한 정착지를 떠나지 못한 무화과나무

 

 잎을 몽땅 떨어뜨린 채 마지막 열매를 붙잡고 있다

 

 그렇게 지쳐 다시 꽃 피는 것일까

 

 누구나 문탠로드를 미끄덩하고 빠져나와 그믐처럼 시작한다

 

 

 

 

 - 1963년 부산 기장 출생. 부경대 수산교육학과 졸업

    부산매일신문 기자 역임. 현재 부경대 홍보팀장

 

 

 

 

 

'신춘문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2010년  (0) 2010.01.04
강원일보 신춘문예 2010  (0) 2010.01.04
전북일보 신춘문예 2010  (0) 2010.01.04
부일 신문 신춘문예 2010  (0) 2010.01.04
경인 신문 신춘문예 2010  (0) 201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