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경향신문 신춘문예 2010년

주선화 2010. 1. 4. 12:07

직선의 방식 /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도

 직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 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로 말미암고

 빨랫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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