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뻐드렁니 / 김언희

주선화 2011. 5. 16. 16:01

뻐드렁니 / 김언희

 

 

세상에서 가장 심드렁한 뻐드렁니
당신이 맘에 들어 내 면상에 대고
빠끔빠끔 연기 도넛을 만드는 당신
그 도넛에다 대고 빠구리를 해대는
당신이 맘에 들어 정말로 맘에 들어
당신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당신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부르는 썩은
달걀 냄새 자꾸자꾸 불러 멈추게 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 정말로 맘에 들어
한쪽 불알은 얼음 오렌지 한쪽 불알은
상한 오렌지 손가락이 푹푹 들어가는
시커먼 오렌지 꽝꽝 얼어붙으면서 질질
녹아내리는 당신이 맘에 들어 입술을
똥구멍처럼 오므리고서 빠끔빠끔
도넛을 불어 날리는 세상에서 가장
심드렁한 뻐드렁니 당신이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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