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리바다 / 조은길
내포리에서만 사는 내포리 바다는 이마에 청솔 머리띠를
동여매고 면벽선승 같은 섬을 끼고 앉아 억 년을 버틸 자세
다 서로의 자유를 조금씩 방해하고 있는 섬과 바다는 서로에
게 조금씩 눈 흘기며 쓰다듬어주며 정이 든 모양이다 가끔씩
태양이 깜빡 잊어먹기도 하는 내포리 바다 그런 날이면 바다
너머 안개 떼가 몰려와 사방이 두부 속처럼 캄캄해진다 괜찮
아 괜찮아 등을 쓰다듬어주는 듯 어깨를 주물러 주는 듯 내
포리 바다 괜찮아 괜찮아 팔베개로 눈을 지그시 감은 갯마을
나도 넉넉잡아 한 백년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견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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