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쭈글쭈글한 길 / 성선경

주선화 2017. 2. 14. 10:03

쭈글쭈글한 길 / 성선경



봉급날 라면 한 상자 샀다

갑자기 부자다

배고픈 사자같이 생긴 상자를 북

찢는데 상자 골판지가 쭈글쭈글 주름졌다

늙은 살같이 주름진 것은 다 고달프다


골판지는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손으로 모은

신문지 등 폐지로 만든다는데

생의 끝도 주름졌다. 파란만장

현생이 주름지면 다음 생도 주름질까?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라면 한 봉지를 척 끓이는데

꼬불꼬불 주름졌다

나는 후루룩 후루룩 주름살을 마셨다


아마 내 살도 이미 주름으로 채워졌으리라

마흔일곱이 벌써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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