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어둠이 뚜껑을 닫네 (시애 12호)

주선화 2018. 9. 10. 10:06

어둠이 뚜껑을 닫네

                        주선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네

창 가리개를 내리지 않아 잠은 안 오고

 

아이스커피와 핸드폰뿐인 간이 책상

한눈에 들어오는 시계

 

잠시 후, 대전역이라는 안내방송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지

배경이 배경을 탐색하고

나는 계속 그 자리에서 배경으로 남아 있고

 

기차가 기차를 스쳐지나가고

또 그 자리에 기차가 들어와

지나치는 시내는 너무 조용하고

 

밤과 새벽이 헤어진 순간처럼*

터널을 지나가자 다시 환한

 

멋진 청년이 창 가리개를 내리네

이제는 잠을 잘 시간

어둠이 뚜껑을 닫네*

 

*이영산의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중에서


*2018년 시애지 12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