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갇힌 사람 / 신철규

주선화 2021. 3. 2. 16:29

갇힌 사람

 

ㅡ 신철규

 

 

두터운 유리관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로를 갇힌 사람이라고 부른다.

넌 갇힌 사람이야.

 

흰 돌과 검은 돌이 들어 있는 주머니가 있다.

꺼낼 때마다 검은 돌이었다.

흰 돌이 나올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내가 가지 않은 곳에 나는 있었고

내가 말할 수 없는 곳에 나는 있었다.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이 아니다.

 

머릿 속이 물이 가득 찬 것처럼 조금만 고개를 기울여도 휘청거렸다.

한번 떠오른 것은 가라앉지 않았다.

썩고 나서야 떠오르는 것이 있다.

 

흐린 물속에 잠겨 있는 틀니 같은 그믐달.

새 한 마리가 밤하늘을 바느질하며 나아간다.

점선처럼 툭툭 끊기며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이 입술에 가득 묻어 있었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뜯어냈다.

심장을 손아귀에 넣고 꽉 쥐고 있는 손이 있다.

 

천장에 붙어 있는 풍선들,

실을 꼬리처럼 매달고

천장을 뚫고나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들.

 

나는 네 앞에 서 있다,

잿빛 장미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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