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사람
ㅡ 신철규
두터운 유리관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로를 갇힌 사람이라고 부른다.
넌 갇힌 사람이야.
흰 돌과 검은 돌이 들어 있는 주머니가 있다.
꺼낼 때마다 검은 돌이었다.
흰 돌이 나올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내가 가지 않은 곳에 나는 있었고
내가 말할 수 없는 곳에 나는 있었다.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이 아니다.
머릿 속이 물이 가득 찬 것처럼 조금만 고개를 기울여도 휘청거렸다.
한번 떠오른 것은 가라앉지 않았다.
썩고 나서야 떠오르는 것이 있다.
흐린 물속에 잠겨 있는 틀니 같은 그믐달.
새 한 마리가 밤하늘을 바느질하며 나아간다.
점선처럼 툭툭 끊기며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이 입술에 가득 묻어 있었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뜯어냈다.
심장을 손아귀에 넣고 꽉 쥐고 있는 손이 있다.
천장에 붙어 있는 풍선들,
실을 꼬리처럼 매달고
천장을 뚫고나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들.
나는 네 앞에 서 있다,
잿빛 장미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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