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 김왕노

주선화 2021. 8. 29. 10:38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ㅡ 김왕노

 

 

시도 때도 없이 이 도시에 안개가 자욱하다.

불확실의 대명사, 안개에 갇혀 발길이 느려지거나

처음 온 듯 사방이 낯설어져

벽을 짚고 서서 불안으로 울먹이는 사람도 있다.

 

백색 가루와 연대를 이룬 듯 몽환적이나 무력 군단으로

끝없이 침투하는 안개의 계엄군이여.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걷힌 후에는

안개가 안개의 수갑을 채우고 가 버렸는지 사라진 사람이 있었다.

사랑을 약탈해 가 버렸는지 안개가 걷힌 미루나무 숲에서

안개에 젖은 몸으로 뭔가를 찾아 날 선 풀잎에 종아리가 베여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 헤매던 영문과 출신 누나도 있었다.

안개는 먼발치의 샛강에서 몽환처럼 피어나야 한다.

안개는 스스로 실체를 밝히며 물고기 풍덩 뛰는 샛강을 지나

풀물들이듯 서서히 물들이며 와야 한다.

안개가 가진 폭력성은 안개가 걷힌 후 여기저기 충돌로 부서진 차와

새롭게 작성된 실종자의 명단으로 알 수 있다.

 

나의 추억엔 온통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내린 함구령에 굴복하여 천천히 안개로 변해가는 몸뚱이

안개의 작은 미립자가 되어 흩어지는 꿈

내 등뼈를 따라 안개의 이파리가 돋아나 파닥이기도 했다.

나는 안개의 속도로 천천히 안개의 무리가 되어 갔고

안개에 둘러싸인 것이 두려워 한때는 울음을 터뜨렸으나

안개에 젖은 눈으로 안개에 뺏긴 넋으로 안개 중독자가 되어 갔다.

안개의 힘을 믿었고 안개의 나라를 꿈꾸었다.

누가 안개의 미립자로 흩어져 사라지는 것조차 몰랐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방을 휘둘러보며 중얼거린다.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안개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안개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무덤을 만들었으며

비문을 새겨야 했던가.

나는 오리무중 밖으로 안개 지대를 지나 충분히 왔다 했으나

아직 안개에 젖어 있다.

안개를 피해 지병을 앓는 사람처럼 먼 지방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 뜨는 안개에 젖은 해와 별, 안개에 젖은 관공서가

아직 익숙지 않다.

지금도 나는 저 완강하고 강력한 안개가 두렵다.

 

나는 중얼거린다.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