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ㅡ 김한규
생각하지 않았는데 바다가 있었다 바닥을 밀며 마분지
가 검게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입니까
경치라고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발이 길을 끌었다 나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기로 했다 나가라, 는 말을 듣기 전인
지 후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여행지입니까, 물어보고 싶었으나 아무도 없었다 행여
돌아갈 의도가 있었는지 돌이켜 보았으나 도리가 없었다
나는 번지고 있었지만 끌 수 없었다 번지가 없는 방에는
종이가 눅눅하게 누워 있었다 그런 날이 또 있을까
물을 물을 수 없는 깊이로 소용돌이를 감추었다 소용
없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고 둘러봐도 여전히 검은색은
두꺼웠다
주위가 옆으로 천천히 번졌다 돌아가지 않는 생각으로
나무가 있었다 묽게 지나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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