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밭길
-유종인
찬 이별을 씹었다가도
솔밭길에 오르면
감초 달인 물에 목욕하고 온 바람이
내 귀를 적시네 잇바디가 노랗고 달구나
궂긴 이틀 한두 번씩은
예서 이 솔바람 속에서 뺨이 나오고 이마가 반들하니
시큰한 콧등 분주한 콧김을 공중에 내어
서러운 기쁨도 눈을 반짝여 말없이
바라다 갈 것이구나
굽은 소나무 거칠거칠한 소나무 잔등을 어루어
미처 못 만져 준 그대를 대역했으니
내가 이 솔밭길을 거둔 뒤에도
소나무는 그대가 떠난 쪽으로
지향을 세웠네 그윽이 굽어바라네
해를 감추고 구름이 흩어져도
솔바람에 물든 풍문을
서너 폭 문장의 두루마리 옷에 번져 입었으니
밤에 누우면 서늘하니 속옷이 울고
비 그친 솔수펑이가
내 가슴 늑골에 번져 와 추억의 피륙을 다시 짜듯
눈보라 속에 웃음이 태연한 내가
소나무와 짐짓 등을 맞대고 맑게 미쳐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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