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햇빛거울장난(외 1편) /성선경

주선화 2022. 8. 7. 09:59

햇빛거울장난

 

-성선경

 

 

메아리가 이쪽 벽을 부딪치고

돌아서며 반사, 저쪽 벽을 부딪치고

돌아서며 반사, 젊은 팔뚝이 힘줄을

뽐내며 불뚝 솟아오르고

흰디흰 반바지 아래 젊은 발목이

허벅지를 긴장시키며

왼쪽 모서리로 뛰어갔다가

오른쪽 모서리로 뛰어갔다가

메아리가 숨을 몰아쉬며 훅훅

저쪽 벽에 부딪치며 돌아서고

메아리치고, 이쪽 벽을 치고 돌아서며

메아리치고, 젊은 발목 위의 희디흰 반바지

반바지 아래 긴장한 허벅지가 불뚝불뚝

젊은 이마가 햇빛을 반사시키며

메아리가 메아리를 후려치고

훅훅 숨을 몰아쉬는

심장의 황홀한 종소리, 종소리들.

 

 

 

햇빛고요

 

 

물잠자리 물잠자리가 한 마리

떠내려온 단풍잎에 가만히 앉아서

햇살을 끌어당기는 저 고요

흐르는 물살에는 햇살의 파문

동심원 동심원엔 끝없는 긴장

물잠자리 물잠자리가 끌어당겨 온

동심원 동심원의 저 고요

그림자 하나 없이 숨죽이는 풍경들

물잠자리 물잠자리가 한 마리

잠시 붉어진 단풍잎에 가만히 앉아서

햇살을 끌어당기는

동심원 동심원의 저 투명한 긴장

개여울도 흐르다 잠시 숨죽인

햇빛 햇빛에

막 피어나는 꽃 한 송이

햇빛고요.

 

 

 

*시집: <햇빛거울장난>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물 / 유종인  (0) 2022.08.09
솔밭길 / 유종인  (0) 2022.08.09
그림자 놀이를 한다(외 1편) / 김용권  (0) 2022.08.07
바다 우체국 / 이병철  (0) 2022.08.05
우체부가 없는 동네 / 강영선  (0)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