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직전
-김 솜
곧 도착한다는 전갈은 독毒을 품고 있었다
움직임도 없이 움직이는 시간은 움직이는 것들을 키우고 또 가져갔다
도착이 없는 '곧'은 어떤 상태일까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는 전등 같은 순간
접힌 신발 뒤축 같은 설레발도
손목시계와 심장의 시계가 달라서 측정할 수 없다
마음이 따르지 않는 시간
속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온다던 너는 시침위에 앉아 있고
기다리던 나는 초침 위에서 서성였다
'곧'은 시간일까 감정일까
곧 죽어도 곧 도착할 거라는 너를 나는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다
오래전
내가 너였던 기억이 부적처럼 이마에 들러붙는다
어떤 경우에 '곧'은 가장 멀리있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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