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파국직전 / 김 솜

주선화 2022. 9. 3. 09:54

파국직전

 

-김 솜

 

 

곧 도착한다는 전갈은 독毒을 품고 있었다

 

움직임도 없이 움직이는 시간은 움직이는 것들을 키우고 또 가져갔다

도착이 없는 '곧'은 어떤 상태일까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는 전등 같은 순간

접힌 신발 뒤축 같은 설레발도

손목시계와 심장의 시계가 달라서 측정할 수 없다

 

마음이 따르지 않는 시간

속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온다던 너는 시침위에 앉아 있고

기다리던 나는 초침 위에서 서성였다

 

'곧'은 시간일까 감정일까

 

곧 죽어도 곧 도착할 거라는 너를 나는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다

 

오래전

내가 너였던 기억이 부적처럼 이마에 들러붙는다

어떤 경우에 '곧'은 가장 멀리있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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