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재에서 재로 / 이윤설

주선화 2023. 4. 29. 10:56

재에서 재로

 

-이윤설

 

 

꿈에 당신이 찾아온 어제는

둘이 서먹하니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빈 쟁반의 보름달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 옆에 가까이 있어 본 지도

하도 오래되었는데,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나는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늘엔 미워 불러볼 이름 하나 없이 맑고

잡초 자란 마당가에

우리 둘이 소복하니 무덤처럼 앉아

말없이 백 년 동안 한 얘길 하고 또 하며

 

당신이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지러지는 달의 얼굴이 

소금처럼 소슬하고 짠 빛으로 와서

우리의 식은 재를 만져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가벼이 고운 가루인 줄 몰랐을 때도 있었습니다

 

조용히 산이 마루로 다가와 당신을 보자기에 싸듯 덮어 달쪽으로 데려가도록

 

나는 꿈에도 오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용서가 그런 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