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화법
-하기정
구름은 여태 제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어
형상은 당신 머릿속에나 있지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물방울이 아니야, 보다 가볍지
당신의 어깨를 적실 수도
당신의 입가를 핥을 수도 있지
그러니 나를 구름이라 이름 짓는 건 아주 치명적이지
네가 구름이라고 부르는 것들, 네가
토끼, 라고 부르면 난 하마처럼 하품을 해 네가
고양이, 라고 부르면 난 호랑이처럼 포효하지 네가
의자, 라고 부른다면 금세 침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만지면 폭삭 꺼지는 먼지버섯, 그러니 나를
버섯이라 불러도 좋아
형상은 당신 눈 속에나 있지
그러니 S라인 B라인은 네 이름
무대가 아닌 곳에서만 춤을 출거야
내 음악은 내 귀로만 흘러들어 언제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나를
이해하려 시도한다면 그것은 서툰 오해
나를 만지려든다는 건 아주 절망적이야
롤러코스터를 생각한다면 모르지
추락은 오로지 빗물, 눈물
행여 구름을 담아서 팔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의 시선을 구부리는 일
악어, 라고 하면 도마뱀이 되어줄래?
고래, 라고 하면 돛단배가 되어줄래?
나에게 나를 너, 라고 불러줄래?
뭉게뭉게 피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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