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토이모코* / 박은영

주선화 2023. 5. 22. 16:07

토이모코*

 

-박은영

 

 

이것은 마사이족의 머리입니다

 

뇌와 눈알을 파내고

고래기름을 발라 미라로 만들었죠

태평양을 건너

대륙을 떠돌아다닌 두상들

사지가 멀쩡할 때보다 먼 길을 갔습니다.

뉴질랜드 숲이 아닌

경매장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머리를 원합니다

머릿속에 저장된 추억을 끄집어내고

오롯이 두뇌 회전을 강요합니다

야만은

원숭이를 잡아먹는 원시인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생각을 조종하는 자들입니다

 

모계 부계의 역사를 얼굴에 새긴 이들은

머리를 굴리지 않곤 살 수 없습니다

지능이 낮으면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야 합니다

 

마사이족 두상은 

뉴질랜드 숲으로 돌아갔는데

전 직장 상사의 캐비닛 속에 두고 온

내 머리통은

언제쯤 반환받을 수 있을까요

 

환상 같은

두통이 옵니다

 

 

*마사이족의 문신 두상 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