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플의 무게
-하린
이것의 무게를 가늠하는 건 눈동자의 소관
마지막 순간 무언가를 전하려고
한번 떴다 감았던 눈꺼플
얼마나 무거웠으면 저렇게 굼뜬 기척을
마지막에 내밀었을까
눈동자는 보이는 것의 목적과 방향을 해석하려고
전 생애를 탕진했고,
눈꺼플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살면서
안간힘 쓰다가
마침내 멈췄다
아, 당신이 감당해야 했던 것은 보이는 것이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이었을까
죽은 자들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고
눈을 뜨고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인정사정없이 암전과 한 몸이 되어 버리다니
결국 보이는 것으로부터 훨훨 날아오르려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서의 망명을 신청한 것일까
죽음 직전의 눈동자가 던져 준 유언을
상징으로 만나고 말았으니
이젠 남은 자들은 유언의 여운이 되어 떠돌아야 할까
너무나 아득해서 눈을 감는다
당신이 남긴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한 몸이 되어
먹먹하게
막막하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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