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5. 1. 19. 09:55

카카리키 앵무

 

-이주경

 

 

조용히 우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

다 미풍에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창문보다 낮게 목소

리 죽이는 아이, 이웃집엔 중문도 방음벽도 없단다 얌전히 울면 해바라기 씨를

가득 줄 테야

 

호기심 많은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쪼아대도 가둔다 짧

고 단단한 부리로 백합 꽃잎을 쪼아대도 가둔다 동글동글한 눈빛으로 수도꼭지

를 툭툭 건드려도 가둔다 집안에서 제일 예민한 각도로 웅크리는 아이, 이웃집

엔 꽃병도 수도꼭지도 없단다 너의 호기심을 잠그면 해바라기 밭을 줄 테야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오후 햇살이 올리브색 깃털 위로 미

끄러져도 가둔다 건반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만 해도 가둔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해도 가둔다 방안에서 깃털을 고르는 아이, 이웃집엔 햇살도 거

울도 없단다 방안 가득 네 꿈을 펼친다면 새창을 통째로 줄 테야

 

아파트 밖을 나서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창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가둔다 놀

이터에서 들리는 웃음 소리가 높아져도 가둔다 마오리족의 깃털처럼 가벼워지

려는 아이를 가둔다 창살 안에서 노란 깃털을 뽐내는 아이, 이웃집엔 너 같은 아

이도 악보도 없단다 내 앞에서만 노래하면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