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수영 문학상 홍어 / 문혜진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들인 듯 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문학상 2007.12.14
뻘밭 / 이용헌 뻘밭 / 이용헌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했다 물음표 모양의 쇠갈고리를 들고 폐지뭉치를 퍽퍽 찔러대는 그의 오른손은 의문투성이다 다섯 손가락 중 세 개는 보이지 않았다 남은 두 개는 엄지와 검지뿐이었다 검은 눈썹 아래 짙푸른 눈방울을 끔벅이며 온종일 1톤 트럭에 폐지를 싣는 그의 손놀림은 뻘.. 신인상 2007.12.14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 최명란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최명란(2006 문화일보) 늦은 밤 야간 대리운전사 내 친구가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꼭 솟대에 앉은 새 같다 날아가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며 서성대다가 휴대폰이 울리면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밤의 거리로 재빨리 사라진다 그러나 다음날.. 신춘문예 2007.12.13
숲 해설가 / 권지현 해설가 / 권지현 (2006년 농민신문 당선 시) 휘돌던 매 부리내린 능선에 나무구름 풀구름 흐르고 바위틈 얼비치는 물빛 건너온 숲 해설가 어깨에 날아와 앉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산초나무 나란히 사람들 멈추어선다 저기 양팔을 층층이 펼친 건 층층나무구요, 이건 누리장나무, 뒷간에 심어 냄새를 .. 신춘문예 2007.12.13
숭어 / 심인숙 숭어 / 심인숙 (2006년 전북중앙신문) 한밤, 봉숭아꽃 가득한 마당에서 숭어들이 튄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셋방 여인들이 마당 수돗가에서 목욕을 한다. 청상과부 선아엄마, 집 나간 서방을 기다리는 애경엄마, 그냥 이모라 불리던 사투리 걸죽한 부안댁이다. 아침이면 식당이나 병원, 공사판으로 마른 .. 신춘문예 2007.12.13
금이 간 거울 / 정용화 금이 간 거울 / 정용화 (2006년 대전일보) 얼어있던 호수에 금이 갔다 그 틈새로 햇빛이 기웃거리자 은비늘 하나가 반짝 빛났다 그동안 얼음 속에서 은어 한 마리 살고 있었나보다 어둠에 익숙해진 지느러미 출구를 찾아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 속을 헤엄친다 넓게 퍼져 가는 물무늬 한순간 세상이 출렁.. 신춘문예 2007.12.13
아버지 소처럼 말씀하시네 / 정동철 아버지 소처럼 말씀하시네 / 정동철 (2006년 전남일보) 눈송이 몇 점 손님처럼 찾아간 날 더 이상 견딜 것도 더 탕진할 것도 없는 나는 집으로 내려갔다 굴뚝에서 쇠죽 끓이는 연기가 흰 팔뚝을 들어 눈 덮인 지붕을 버텨 올리는 참이었다 늙은 암소 등을 빗질하며 나직나직 하시는 말씀이 외양.. 신춘문예 200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