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문수 / 조정인
허리께로 오는 낮은 대문, 집 둘레에는 빨강 노랑 자잘한 꽃들이 가
꾸어져 있습니다 떠오르다 가라앉곤 하는 섬 하나, 심하게 다리 저는
남자가 그리로 가더니 한참을 구겨져 앉습니다 고개를 꺾고 꽃들을
들여다보는 어깨 위로 투명한 얼룩 같은 햇살이 어롱집니다 남자가
일어서 멀어질 때까지 먼발치에서 기다립니다 그 자리로 가 앉아 볼
요량인데.....망설이다 그만 둡니다 그의 슬픔을 아무래도 문수가 커서
내게는 헐렁한 것 같습니다 한 꽃나무가 한 꽃나무를 위해 그러는 것
처럼 * 나는 참 이상하게 절뚝이며 길을 재촉합니다
* 이상의 "꽃나무 "에서 인용
* 슬픔의 문수에서 끝난다면 실패한 시다
시가 되는 것은 시인 스스로 남자의 슬픔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고독한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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