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조 은 길
온몸에 젖꼭지가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주둥이를 들이미는 어미노릇이 몹시 힘겨웠던 산은 그 무엇도 담을 수 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꿈이 있다 한 마리 연한 나비를 욕망 하는 것은 지극히 사치스럽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 산의 마음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계곡은 서둘러 물줄기를 산 밖으로 밀어내주고 바람은 구석구석 태양을 끌고 다니며 축축한 푸른 것들을 말려 죽인다 이윽고 뼈만 앙상히 남아 절망하지 않는 산 온 산에 눈이 내리면 붕대를 감는 듯 소복소복 눈이 쌓이면 산은 캄캄한 고치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나비의 흉내를 내며 인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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