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符籍)/ 권선희
아내는 지난 여름 떼로 몰려 온 우환을 겨우 치르고 삼재가 들었다는 말
한 마디에 뱀띠 부적 하나 똘똘 말아 끼운 단풍나무 목걸이 걸고 다니다
그만 잃어버렸는데요 다시 재앙의 복판에 선 듯 불안을 안고 살다 아무
래도 안되겠다며 떠난 밀양 어딘가에 있다는 그 절, 나 참, 대단한 큰스
님이 써준 것도 아니고 십이지신마다 수십 개 수백 개씩 복제되어 걸린
불교용품점에 그걸 구하러 간 것이 한심하다가 문득, '깊고 간절한 마음
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네' 벽에 붙은 한 구절에서 그만 붉어지는데요
눈발 뚫고 가는 그 길이 바로 부적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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