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부적(符籍)

주선화 2008. 4. 1. 22:30

부적 (符籍)/ 권선희

 

 

아내는 지난 여름 떼로 몰려 온 우환을 겨우 치르고 삼재가 들었다는 말

한 마디에 뱀띠 부적 하나 똘똘 말아 끼운 단풍나무 목걸이 걸고 다니다

그만 잃어버렸는데요 다시 재앙의 복판에 선 듯 불안을 안고 살다 아무

래도 안되겠다며 떠난 밀양 어딘가에 있다는 그 절, 나 참, 대단한 큰스

님이 써준 것도 아니고 십이지신마다 수십 개 수백 개씩 복제되어 걸린

불교용품점에 그걸 구하러 간 것이 한심하다가 문득, '깊고 간절한 마음

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네' 벽에 붙은 한 구절에서 그만 붉어지는데요

 

눈발 뚫고 가는 그 길이 바로 부적입니다요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수작 / 배한봉  (0) 2008.04.08
산 / 조은길  (0) 2008.04.08
봄이 오는 방/이정록  (0) 2008.04.01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0) 2008.03.26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 안도현  (0) 200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