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웅덩이/김륭
비 샌다 장맛비 사흘만에
까무칙칙해진 천장 위 종이웅덩이가 생겼다
반 지하 셋방에 잠겼던 얼굴이
배불뚝이 주인집 지붕 위로 떠올라
한 길 사람 속이다
젖은 바람벽 사이 자궁을 갖지 못한 말들이 물처럼 술렁거리는
밤, 추억이란 물귀신들마저 보따리를 쌌는지
비었다 텅
텅텅
링거처럼 매달렸다 터지는
눈물 삼십 촉이 번쩍, 세상 몰래 찍어 보여주는
엑스레이 한 장
흙 묻은 엉덩이처럼 툴툴 털고 다니던 가슴이
빗물 들이친 천장에 올려져있다
이미 오래 전에 천둥벼락을 맞았다는 듯
들것에 실려있다
울지 말고 가야 한다
누구나 종이웅덩이 하나씩은
품고 산다
<다시올문학 2008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