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말에서 /김신용
갈대밭이었습니다
갈대 셋이 몸 엮어 서 있었습니다
둘은 넘어지기 쉬우니 셋이 기둥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그것을 눈물의 길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눈물로 벽돌 쌓은 집이 아니라고 고개 갸우뚱 하겠습니까
마치 솥 鼎자처럼 갈대 엮인 그곳에 조그만 새의 집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뻘흙을 물고 날라 갈대잎 촘촘히 침 섞어놓은
작은 새의 집이 지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간장 종지만 한 작은 흙집에 , 쬐그만, 아기 손톱만치 쬐그만
새의 알이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새의 알을 갈대 셋이서 품고 서로 몸 엮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넘어지지않으려고 전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팅기면서
바람속에서, 서로가 몸 부대켜 버텨내면서
안간힘으로 품고 있는 정말 간장 종지만 한 새집 속의 새 알 한 알
그것을 어찌 빛나는 눈물방울이라고 하면 안되겠습니까
솥 鼎자 속에 담겨진 빛나는 눈이라고 하면 안되겠습니까
작은 새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갈대도 셋이 엮이면 기둥이 된다는 것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이 된다는 것을
갈대밭이었습니다
모두가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있는 벌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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