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이즈막, 꽃

주선화 2009. 5. 12. 11:28

이즈막, 꽃 / 윤관영

 

 

상추 따는 여인의 엉덩이가

쌈처럼 보인 적 있다

서 있는 모습으로는 깻잎 딸 때였지만

이는 원경이 좋다

안경알에 떨어진 땀을 입바람으로

분다

네모난 꽃은 없고

네모난 꽃은 없고

나비는 날개가 크지만

몸통은 벌을 닮앗다

잎 다 따가고 남은 곳에 핀 담배꽃

배추꽃, 감자꽃, 장다리꽃, 부추꽃, 가지꽃, 깨꽃

꽃도 인제 먹는 꽃이 예쁘다

이즈막 그렇다

번지는 사과꽃, 복사꽃, 잘 안 뵈는 모과꽃, 살구꽃

꽃은 왜,

둥글 넓적인가

여인의 엉덩이야 그저

묻은 독에서 김치를 꺼낼 때나

장 뜨는 때가 첫대바기 좋지만, 그건

다,

어머니로 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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