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 윤성학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 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날아 도망갈 수 없을 만큼의 힘
매받이는 안다
결국 돌아와야 하는 나의 운명과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야성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꿩이 튀어오른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를 뿌리다 (0) | 2009.09.02 |
---|---|
다산과 보낸 하루는 (0) | 2009.08.28 |
내외 (0) | 2009.08.25 |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0) | 2009.08.17 |
뒤꿈치가 깨진 (0) | 2009.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