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씨를 뿌리다

주선화 2009. 9. 2. 11:46

씨를 부리다 / 정진규

 

 

어제는 뒷밭에 파종(播種)을 했다 씨를 뿌렸다 씨뿌리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좋은 그림 하나 그려

서 옛날 마을 이발소에도 걸려 있고 싶었다. 푹신한 흙을 만지는 시간이 뿌리는 시간보다 길었다

황홀한 외도여, 저리는 오금이여, 새 여자의 몸을 탐하는 이 슬픈 속 사정을 한창인 뒷문 밖 살구

꽃이 분홍빛으로 더욱 부추기었다 범부채, 개미취, 금계, 채송화, 해바라기, 쪽도리꽃, 아주까리,

상추, 치커리들 무더기로 다 뿌리고 나서도 이 나의 대리파종(代理播種)이 불륜(不倫)이란 생각

이 전혀 들지 않았다 새싹 돋아 실하게 되면 모종을 집집마다 나누어 드릴 생각이다 입양(入養)

시킬 작정이다 장하시다고 회춘(回春)하셨다고 모두 끼끗하다고 칭찬 받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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