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 노리개 / 오대교
색동으로 맺은 잠자리 한 마리
옷고름에 달고 구월 들판을 날아볼까
딸기술 치렁치렁 달려볼까
내일이면 중신어미가
사성단자를 들고 온다는데
멀지 않아 함진아비가
나룻배를 타고 양단공단을 가져 온다는데
이 두근거림을 어이할거나
풀씨도 흩어지고
베틀처럼 울던 여치도 떠나더라만
두레박줄이 손목을 감으면
이 마음 어이할거나
아우야
네 괴불주머니를 가져와 봐
문종이로 말고 비단보로 싼
내 외줄 노리개를 넣어 줄께
언젠가 너도 떠나갈 때가 오면
언니 마음인 줄 알고 꺼내보려무나
붉은 치마 초록 저고리 어여삐 차려 입고
노리개 손에 쥐고 눈을 감으려무라
고추잠자리가 되어 날아가렴
잉걸불
이 것 좀 봐
아직도 덜 탔나 봐
흰 머리를 날리며 벌겋게 달아 오른 게
꼭 네 아비 같구나
장작불을 얼굴에 담고
오일팔 때 도청으로 가던 네 아비 같구나
새가 날아와 노래 할 때에도
열매가 열릴 때에도
뿌리 깊은 나무로 살겠다 면서도
활활 타는 꿈을 꾸고 있었던가 봐
아무렴
때가 되면 타야지
투덕투덕 타다닥 탁탁 솟구쳐야지
세상을 삼킬 듯 이글 거려야지
훔치더라도
가무러지더라도
벌불이 되어서라도 다시 피어나야지
불거금을 가져오너라
조심조심 집어라
방안에 들이자
꽃굴불로 살려 놓자
장작패기
모탕에 통나무를 올리고 내려쳐라
저런
날을 물어버렸구나
힘으로 밀어 붙이면 그렇게 되지
다시 하자
불땀머리를 때려라
세상사 다 잊고 찍고 도 찍어라
그렇지 그렇지
보기만 해도 후련하구나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구나
욕심은 버려라
세상 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더냐
강도끼잡이는 단숨에
한강다리를 팬다지만
서툰 때림도끼로 쪼갠 한 개비가
오히러 불은 잘 붙는단다
뚱거리장재기짇을낭가지대솔하라지
그림 같구나
투투툿 타탓
구수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구나
윳놀이
힘껏 뿌려보세
간장 종지에 밤윳 넣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도면 어떻고 개면 어떤가
보리떡 도토리묵 배불리 먹고
하늘 보고 누우면 윳이라 좋고
홍탁에 긴 트림에
땅바닥에 달라붙으면 모라 좋고
스물아홉 밭 헤매더라도
이기면 그만이지
이보게 친구
우리 신나게 던져보세나
이 판은 자네가 저 판은 내가
한 세상 놀면 되는 게지
안 그런가
우리는 판몰이는 싫어하지
다섯 모 던져놓고 하나 걸 기다릴 때
부러 낙을 하던 자네는
목단 꽃 같았어
자자 다시 한번 뿌려보세
이 마음 저 마음 주섬주섬 담아
빙글빙글 돌린 다음
으 ㅡ 샤
어디 보세
누구 마음으로 젖혀졌는지
어름산이
여보시게
난 하늘이 두렵지 않다네
내 집 같은 걸
술기둥에 술이나 한 잔 부어주게
녹밧줄을 팽팽히 당긴 다음
한 판 놀아볼까
내 고향 가는 길
녹두장군행차로 갈까
책상다리황새두렁넘기로 갈까
콩도 심고
화장사위도 하며 살았네만
처녀총각 만나도 보고
양반네 밤나무도 지켜보았네만
다 허궁잽이더구먼
참봉댁맏아들 신세더구먼
하늘같이 어둡네
횃불을 밝혀주게
외홍잡이 쌍홍잡이로 치솟고 싶네
여보시게
난 땅이 두렵다네
애써 걸어도 끝없는 땅이
떵따따 쿵따쿵 떵따따 쿵따쿵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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