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2009년 하반기 시평 신인상

주선화 2009. 10. 15. 18:05

끈질기게 웅크린 / 한성희

 

 

물길 끊겨 뱃가죽 훤히 드러난 동강의 자갈바닥

씨암탉만한 돌멩이 하나가 막 산란하고 있다

휘어진 등으로 무수히 내리꽂히는 햇살을 받아내는

반질반질한 등어리, 슬며시 들쳐본다

구석으로 몰린 물구덩이에서 파닥거리는

여남은 마리 물고기와 개구리들

탄탄한 돌멩이 하나가 날개와 지느러미를 접고

뙤악볕 아래서 강을 품고 있는 것이다

자갈 강바닥을 둥근 몸으로 파내고 물기를 긁어모아

동강의 새끼들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제 몸의 무게만큼 물기를 머금고 있는

침묵의 힘

수천 길 직립의 절벽에서 떨어져나와

수만 갈래의 물길에 몸 뒤집다가

거친 물살에 몸 낮추고

강바닥이 훤해지기를 기다렸다니

제 체온으로 강의 명줄을 잇고 있다니

마른 강바닥에 끈질기게 웅크린 돌을

함부로 들춰볼 일은 아니다

 

둥근 등이 단호하게 땡볕을 튕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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