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다 / 김지유
담벼락에 박힌 사내의 눈빛을 보아요여자의 음부에 오
토바이 처박은 사연 좀 들어보아요 코 흘리개 두 아이를
치마 밑에 숨긴 여자는 거짓말을 빵부스러기처럼 조금씩
흘리고 다녔대요 오토바이를 붕붕거리던 사내가 설마 길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좋아할 줄은 몰랐대요 변명
은 언제 먹어도 말랑말랑해요 여자가 부풀린 젖무덤 사
이, 세 번째 아이가 된 사내가 호적을 내주고 땅문서 집문
서 다 갖다 바친 어느 날 여자는 숨겨두었던 두 아이에게
돌아갔대요 착한 게 죄였지요 그날 밤, 오토바이 뒤에 여
자 대신 술통을 실은 사내는 훌쩍 담벼락을 넘었대요 사
내의 눈물은 빵부스러기가 되어 길바닥에 흩어졌대요 여
자의 두 이가 헬멧을 쓰고 우는 동안 사내는 백발의 할
아버지가 되고 여자의 음부엔 곰팡이 대신 빵 냄새가 피
어올랐대요
*시집: 액션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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