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흘리다

주선화 2010. 5. 21. 12:33

흘리다 / 김지유

 

 

  담벼락에 박힌 사내의 눈빛을 보아요여자의 음부에 오

토바이 처박은 사연 좀 들어보아요 코 흘리개 두 아이를

치마 밑에 숨긴 여자는 거짓말을 빵부스러기처럼 조금씩

흘리고 다녔대요 오토바이를 붕붕거리던 사내가 설마 길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좋아할 줄은 몰랐대요 변명

은 언제 먹어도 말랑말랑해요 여자가 부풀린 젖무덤 사

이, 세 번째 아이가 된 사내가 호적을 내주고 땅문서 집문

서 다 갖다 바친 어느 날 여자는 숨겨두었던 두 아이에게

돌아갔대요 착한 게 죄였지요 그날 밤, 오토바이 뒤에 여

자 대신 술통을 실은 사내는 훌쩍 담벼락을 넘었대요 사

내의 눈물은 빵부스러기가 되어 길바닥에 흩어졌대요 여

자의 두 이가 헬멧을 쓰고 우는 동안 사내는 백발의 할

아버지가 되고 여자의 음부엔 곰팡이 대신 빵 냄새가 피

어올랐대요

 

 

*시집: 액션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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