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역, 저쪽 / 황학주
정거정 대합실 파닥이며
되새가 들어왔다
산간에 눈이 내려
달빛이 산마루를 덧칠하며 원 없이 넘어올 때
탈탈 털고 대합실에 들어서는 사내가 발을 전다
오래 절룩거려온 나이는 먼 데 있는 정거장까지 알아볼 것이다
주위에 목마름이 심한 별들이 많다는 것은
그 증거이다
별 발자국이 눈밭에도 찍혀 있다
발자국의 뿌리는 사내의 키만큼 깊을 것이고
별의 뿌리는 별보다 더 먼 곳에서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눈밭을 절며 걸어온 발로
걷기 전의 성한 데를 건드려 보는 것이다 반짝반짝,
하늘은 가지에 목이 걸린 홍매 紅梅를 밤새 살리고 있었나 보다
숨소리 돌아오며, 안색 밝아지는
산마루 앞 칸으로 옮겨 타려도 멈칫거리는 앳된 별
사내가 대합실 우윳빛 유리에 비치는 발자국을 지켜보고 있다
되새가 머리를 박으며 대합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되새는 부력이 좋은 봄기차로 가려는 것 같다
새벽밥 먹은 별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빈자리마다 덴 자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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