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능금 한 알 / 조은길

주선화 2011. 10. 19. 20:26

능금 한 알 / 조은길

 

 

너는 지금 몸이

한창 단 여인

기어이 나의 침실까지

밀고 들어와 빨갛게 달아오른 빰

향기로운 몸내로

날 가져봐 날 가져봐

눈웃음치고 있다

 

나는 태초의 습성으로

침을 삼키며 천천히

너의 아름다운 겉옷을 벗긴다

오 너의 속살은

탐스런 향기로 가득하다

 

나는 유혹에 빠진 광인처럼

네 몸을 탐한다

너는 기다린 듯 차근차근

몸을 풀어 마침내 몸 가장 중심부를 열어

까맣게 달이 찬 아기를

생산한다

 

오오 지난 여름

외로운 언덕에 홀로 서서

살갗이 쩍쩍 갈라터지도록

뜨거운 태양을 삼키고

비바람을 삼키던 어미여

 

나는 탯줄을 끊는

산파의 자세로 까맣게 반짝이는

생 하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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