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 한 알 / 조은길
너는 지금 몸이
한창 단 여인
기어이 나의 침실까지
밀고 들어와 빨갛게 달아오른 빰
향기로운 몸내로
날 가져봐 날 가져봐
눈웃음치고 있다
나는 태초의 습성으로
침을 삼키며 천천히
너의 아름다운 겉옷을 벗긴다
오 너의 속살은
탐스런 향기로 가득하다
나는 유혹에 빠진 광인처럼
네 몸을 탐한다
너는 기다린 듯 차근차근
몸을 풀어 마침내 몸 가장 중심부를 열어
까맣게 달이 찬 아기를
생산한다
오오 지난 여름
외로운 언덕에 홀로 서서
살갗이 쩍쩍 갈라터지도록
뜨거운 태양을 삼키고
비바람을 삼키던 어미여
나는 탯줄을 끊는
산파의 자세로 까맣게 반짝이는
생 하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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