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콩나물의 물음표 / 김승희

주선화 2011. 12. 3. 12:15

콩나물의 물음표 / 김승희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룰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오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 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 쑥 한 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ㅡ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부 /유병록  (0) 2011.12.22
육탁 (肉鐸)/ 배한봉  (0) 2011.12.16
능금 한 알 / 조은길  (0) 2011.10.19
빗속의 구두 / 손순미  (0) 2011.10.07
감염 / 고영  (0) 201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