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학 연간집 2014년
제비꽃 / 주선화
시멘트 바닥에 푸릇푸릇 새싹 돋아니더니
따뜻한 봄날 보라제비꽃 피었다
붉은 글씨로 철거날짜 통보받은 담벼락
아는지 모르는지,
꽃 피웠다
슬레이트 지붕위로 제비 앉았다 가고
골목 안 느티나무 올해도 새순 나와
파르파르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 떤다
노인 두 분이 검은 비닐봉지 들고 걸어가다
마주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다
쓰다듬던 손등에도 제비꽃 피었다
쩍쩍 갈라진 바닥에도 햇살 들어
보랏빛 엷게 드니 제법 보드랍게 웃는다
왁자하니 아이들소리 들려온다
뛰는 아이들 소리에 땅이 울린다
제비꽃이 떤다
발자국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제비꽃
몸 사리듯 고개 숙인다
섬
아래가 흥건하게 젖어
팔뚝 살 물어 파랗다
소나무 깃가지에 앉은 갈매기
화르르 날아오르고
망연히 고개 젖힌 그녀
자지러지는 숨소리에
섬 하나씩 태어나고
아침이면 물안개 흐르며
꿈결인 냥 둥둥 떠다니며
느릿느릿 다가오는 시간
가고 오는지 오고 가는지
마냥 하, 잊고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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