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새 봄의 기도

주선화 2015. 5. 18. 11:22

새 봄의 기도 / 박희진

 

이 봄엔 풀리게

내 뼛 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沈默)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草綠)의 눈을, 그리고 땅 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 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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