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닭 / 김종현

주선화 2015. 6. 16. 12:02

닭 / 김종현

 

나는 날개를 배반했다

 

날개는 푸른 하늘을 배반했다

 

너희가 주는 풍족한 먹이로

몸뚱이는 비대해졌다

 

뼛속 꽉 채운 대가로 나는

허공에서 소외되었다

 

어느 날

사각의 철창 속에서 사육되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음을 비로소 알았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닭대가리였음을

 

그렇게 날개의 역사에서, 나는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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