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목 / 노국희
물음으로 짜인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
긴 오후가 지나가도록
지금 나뭇잎 한 장이 세상의 전부인
왕개미 옆에서
나의 주인이 되어주세요
헤프게 구걸도 해보았다
당신의 삶을 훔치는 것으로
도벽을 완성하고 싶었어
알록달록 실패들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들고
저기서 당신이 걸어온다
마른 생선 하나를 내어주고는
가던 길을 간다
비릿한 기억이 손안에서 파닥거린다
목이 없는 생선이 마자막에 삼킨
말들이 마른 비늘로
바스러진다
낡은 허물 위로 매미소리가 내려온다
물어본 기억만 있고
소리를 잃은 말들이
그림자 속에서 가지를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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